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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성과 한음

2023. 3. 23. 23:03

오성과 한음
오성과 한음 이야기

오성과 한음

오성과 한음은 어려서부터 절친한 친구 사이였습니다.

 

두 사람은 1580년 같은 해에 과거에 급제하면서, 관직생활을 시작하여 1584년 율곡 이이에 의해 독서당에 같이 선발되면서 학문을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그로부터 이 두 사람은 관직생활을 함께 지내며 둘 다 영의정까지 오르게 되었는데 특히 임진왜란 중에는 두 사람이 병조판서 자리를 서로 번갈아 맡으면서 국난을 회복하는데 지대한 공을 세우기도 하였습니다.

 

두 사람이 어울리며 남긴 많은 이야기들은 절로 웃음을 짓게 하며, 장난기 속에서도 감동과 교훈을 자아내고 있기 때문에 후세 사람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리게 되었습니다.

 

 

어느 가을날, 한음이 단짝 친구인 오성의 집에 놀러 갔습니다.

 

그는 마당 한 쪽에 서 있는 감나무를 바라보며 오성에게 큰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 저기 담 너머에 매달려 있는 감 좀 봐. 정말 맛있겠는 걸. 우리 따먹자!”

 

한음의 큰 목소리에 오성은 알았다는 듯 하인을 불러 담 너머에 있는 감을 따오라고 했습니다.

 

한참 후 시뻘건 얼굴로 달려온 하인은 그 감을 딸 수 없었다며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얘기했습니다.

 

도련님, 옆집 하인들이 자기들 마당으로 넘어온 감나무 가지는 자기네 것이라며 감에 손도 대지 못하게 합니다. 송구스러울 따름 이구만유.”

 

하인의 말에 한음은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습니다.

 

세상에 그런 이치가 어디 있담. 가지가 넘어갔어도 본시 감나무는 오성 너희 집 거잖아. 도대체 옆집에 사는 사람이 누구냐?”

 

한음의 말에 오성이 말했습니다.

 

권판서 대감이야.”

오성아, 우리 이대로 있을 수만은 없잖니?. ”

그래, 한음 네 말이 맞아. 당장 권판서 대감을 찾아가자.”

 

오성과 한음은 권판서 댁 하인을 앞세워 대감이 있는 사랑방에 멈추어 섰습니다.

 

방 앞에 선 오성은 갑자기 팔을 쭉 뻗어 창속으로 집어넣었습니다.

 

권판서는 갑자기 창을 뚫고 들어온 팔을 보고 깜짝 놀라 크게 소리쳤습니다.

 

아니 어떤 놈이 이렇게 못된 짓을 하느냐?”

대감님, 죄송합니다. 옆집에 사는 항복입니다.”

아니, 항복이 네가 이 무슨 무례한 행동이냐?”

대감님, 무례함을 사과드립니다. 헌데, 여쭐 말이 있습니다. 지금 이 팔은 누구의 팔입니까?”

허허, 어른과 장난치느냐? 바로 네 팔이지 누구 팔이냐?”

어찌하여 제 팔입니까? 지금 이 팔은 대감님 방 안에 들어가 있지 않습니까?”

 

오성의 이러한 행동에 당황한 권판서는 생각했습니다.

 

오늘 항복이가 이상하구나. 평소에 무례한 행동을 한 아이가 아닌데…….’

아무리 내 방 안에 들어와 있다 해도 그건 네 몸에 붙어 있는 너의 팔이지 않느냐?"

그럼 감히 여쭈어 보겠습니다. 저 담 너머에서 뻗어온 감나무 가지는 누구의 것입니까?”

그제 서야 권판서는 사태를 짐작하고 얼굴에 미소를 지었습니다.

이놈, 보통내기가 아니구나.’

그야 당연히 너희 집 것이지.”

그런데 왜 대감님 하인들이 저희 하인들이 감을 따려고 하는데 못 따게 합니까?”

그래, 그런 일이 있었구나. 내 하인들의 일이라 미처 몰랐다.”

 

권판서의 말이 끝나자마자 한음이 공손히 얘기했습니다.

 

대감님, 저는 오성의 친구 한음이라 합니다. 대감께서는 만약 손이 잘못을 했으면 그것은 손이 잘못한 일이지 대감께서 잘못한 일이 아니라고 하시렵니까?”

 

오성과 한음의 얘기를 들은 권판서는 그들의 기발한 재치에 탄복하며 하인들을 크게 꾸짖었습니다.

 

 

어느 해 여름. 호열자란 무서운 전염병이 돌아, 많은 사람의 목숨을 빼앗아 갔습니다.

 

전염병이 제일 심한 곳은 한음이 살고 있는 동네였습니다.

 

그 때 한음은 소의문 밖에서 살고 있었습니다.

 

한음의 동네에는 한 집 걸러 병자가 있는 형편이었고, 바로 이웃집에서는 일곱 식구가 호열자에 걸려 앓다가 일곱 식구 모두 죽는 일까지 생겼습니다.

 

한음이 대궐에서 돌아와 저녁상을 받다가 얼굴을 찡그렸습니다.

 

무슨 냄새가 이렇게 고약하오?”

 

한음의 부인이 이웃집 식구들이 호열자에 걸려 죽은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럼 이게 시체 썩는 냄새란 말이오? 왜 시체를 치우지 않고 냄새를 풍기는 거요?”

어디 시체를 치울 사람이 있어야지요.”

 

한음은 잠시 생각에 잠겼습니다.

 

자기가 나서서 시체를 치워 주는 수밖에 없을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이 밤중에 혼자서 시체를 일곱씩이나 치울 수는 없는 일이었습니다.

 

게다가 시체를 싸야 할 베도 몇 필 있어야 하는데, 지금 당장 베를 마련하는 것도 어려웠습니다.

 

이튿날, 한음은 아침 일찍 입궐해서 오성을 만났습니다.

 

여보게, 자네에게 부탁이 하나 있는데, 좀 들어 주겠나?”

부탁이라니?”

글쎄, 들어 주겠나?”

이 사람아, 얘기도 하지 않고 덮여놓고 들어 달라고 하면 어떻게 하나?”

싫으면 그만두게.”

이 사람, 누가 싫다고 했나? 얘기를 하지 않으니까 그렇지.”

무조건 들어 준다고 해야 친구가 아닌가?”

그래그래, 무조건 들어 줄 테니 얘기해 보게. 대체 자네 부탁이란 무엇인가?”

꼭 들어 줘야 하네.”

어서 얘기나 해 보게. 궁금하네.”

자네도 알다시피 요새 장안이 호열자로 떠들썩하지 않나?”

그거야 알고 있지.”

우리 동네는 아주 쑥밭이 되었어. 한 집에 한 사람만 죽어도 일은 처리될 텐데. 두 명 세 명도 아니고 자그마치 집안 식구 일곱 명이 한꺼번에 죽었다네.”

저런 변이 있나.”

그런데 그 시체를 치우지 못해 집 안에서 썩고 있다네. 더구나 여름이니 그 냄새가 오죽하겠나. 내가 오늘 밤 그걸 치워 볼까 하는데…….”

아니, 이 사람이 미쳤나? 어떻게 송장 일곱을 혼자서 치운다는 거야?”

그러니까 자네에게 부탁을 하는 게 아닌가?”

싫어. 그건 못 해.”

아니, 금방 들어 준다고 하고선.”

다른 부탁이면 몰라도 그 부탁만은 들어 줄 수가 없네.”

왜 병이 전염될까 봐 겁이 나나?”

천만의 말씀. 그까짓 호열자가 감히 오성에게 달려들라고.”

그렇다면 왜 못하겠다는 건가?”

무서워서 그래. 일곱 구의 시체가 즐비하게 누워 있는 집엘 어떻게 들어가나?”

오성의 말이 농담이라는 것은 누구보다도 한음이 잘 알고 있었습니다.

다른 까닭이라면 모르지만, 무서워서 못 하겠다면 걱정할 것 없겠군.”

그게 무슨 소리지?”

내가 무서우면 무서웠지. 자네는 그런 걸 무서워 할 사람이 아니니까 말일세.”

아냐, 정말 무서워. 귀신이라면 또 몰라도 송장을 내 손으로 치우는 건 처음이니까.”

그럼 그만두게. 무서워서 못 하겠다는 데야 어쩔 수 없지.”

 

한음은 일부러 비꼬듯 말했습니다.

 

나는 무서워 직접 자네를 도와주지는 못하지만, 대신 베를 보내 주겠네.”

어쨌든 고맙네.”

 

 

한음은 오성의 말로 보아 저녁때 도우러 올 것이라 짐작하고, 다른 말은 하지 않고 고맙다는 말만 했습니다.

 

하루의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갈 때, 오성이 먼저 입을 열었습니다.

 

한음, 베는 틀림없이 보낼 테니 걱정 말게.”

그야 자네가 못 오는 대신이 아닌가?”

그건 그래. 나도 갔으면 좋겠지만, 그러다가 병이라도 옮으면 어떻게 하나? 그러니 미안하지만 이해해 주게.”

자네 마음 잘 알았네.”

 

오성과 한음은 각각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조금 있다가 오성이 보낸 하인이 한음의 집에 베 다섯 필을 들고 왔습니다.

 

이것만 보내시더냐?”

. 저의 댁 나리께서는 조금 뒤에 오신답니다.”

, 알았다.”

 

한음은 오성이 와 준다는 것이 기뻤습니다.

 

한음은 오성의 집 하인을 돌려보내고 사랑채로 가서 오성을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었습니다. 날이 저물어 어둑어둑해도 오성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웬일일까? 오지 않을 리가 없는데.’

 

한음은 다시 한참 동안 오성을 기다렸습니다.

 

그러나 한밤중이 되어도 오성은 나타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오성을 기다릴 것이 아니라, 혼자 가서 일을 시작하자. 어차피 오성이 도와주지 않으면 혼자서라도 해 보려던 일이니.’

 

한음은 안으로 들어가 술 한 사발을 들이켜고, 관솔에 불을 붙여 한쪽 손에 들었습니다.

 

그리고 오성이 보낸 베 다섯 필을 한쪽 팔에 끼고는 시체가 늘비한 그 집으로 갔습니다.

 

대문 안으로 들어서기가 무섭게 송장 썩는 냄새가 코를 찔렀습니다.

 

술 한 사발을 마시지 않았으면, 속에 있던 것이 왈칵 솟구쳐 올라왔을 것입니다.

 

그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여름이지만 싸늘한 기운이 집 안에 감돌았습니다.

 

시체에서 뿜어 나오는 찬 기운인지도 모를 일이었습니다.

 

한음은 마루에 올라서서 크게 기침을 한 번 하고는 방문을 열었습니다.

 

관솔불에 비친 방 안의 광경, 아랫목에서 윗목까지 늘어져 있는 시체들을 보면, 아무리 뱃심 센 사람이라 해도 비명을 지르고 뒤로 넘어졌을 것입니다.

 

그러나 한음은 놀라지도 않았고, 뒤로 물러서려 하지도 않았습니다.

 

이윽고 한음은 시체를 묶기 시작했습니다.

 

다른 시체 가운데 하나가 벌떡 일어나 목덜미를 누를 것도 같고, 손으로 덜미를 잡아 낚아챌 것도 같았습니다.

 

그러나 한음은 쉬지 않고 손을 놀려 시체 하나를 완전히 묶었습니다.

 

온몸에서는 땀이 철철 흘러내렸습니다.

 

오성은 정말 오지 않으려나? 무슨 일이 생겨 오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한음이 윗목에서 두 번째로 누워 있는 시체를 묶기 위해 막 손을 대려고 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지금껏 냄새를 풍기고 썩어 가던 시체가 벌떡 일어났습니다.

 

한음은 기절할 정도로 놀랐지만, 다음 순간 귀신의 장난이거니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누구 앞에서 요망스런 장난을 하느냐!”

 

하고 호통을 쳤습니다.

 

그런데 이 시체는 그대로 버티고 서 있었습니다. 한음은 등골이 서늘했습니다.

 

 

그 때였습니다.

 

시체가 번개같이 한음의 등 뒤로 돌아갔습니다.

 

그러더니 그의 목덜미를 누르면서,

 

네 놈이 누군데 아직 숨도 끊어지지 않은 우리 집 식구를 묶으려 하느냐?”

 

하고 한음이 들고 있는 베를 잡아당겼습니다.

 

일곱 구의 시체가 늘어서 있는 방에서 이런 사태가 벌어졌는데, 까무러치거나 기절하지 않는 것이 이상할 것입니다.

 

그러나 한음은 까무러치지도, 기절을 하지도 않았습니다.

 

죽어 넘어졌던 시체가 뒤로 돌아가 목덜미를 누를 때는 정말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시체의 입에서 나오는 말을 듣고는 오히려 마음이 가라앉았습니다.

 

일부러 다른 소리를 내려고 애썼지만, 어딘지 귀에 익은 목소리였기 때문입니다.

 

한음은 벌떡 일어서며 몸을 돌이켜 한바탕 크게 웃었습니다.

 

하하…….”

 

다른 사람이 이 광경을 보았다면, 한음이 너무 놀란 나머지 미쳤다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일어선 시체도 웃었습니다.

 

하하…….”

이 사람아, 진작 거들어 줄 것이지. 이게 무슨 장난인가?”

자네 뱃심을 시험해 보려고. 하하…….”

 

한음의 짐작대로 그는 오성이었습니다.

 

오성은 하인을 시켜 베 다섯 필을 한음에게 보내고는, 곧 이 집으로 와서 시체 사이에 누워 있었던 것입니다.

 

일꾼들이 시체를 내간 다음, 오성과 한음은 한음의 집으로 가서 깨끗이 목욕을 했습니다. 그리고 미리 준비한 술잔을 받았습니다.

 

여보게, 오성. 대체 자넨 어떻게 된 사람인가?”

뭐가?”

그런 데서도 장난을 해야 속이 시원한가?”

장난이야 어디선 못 하려고.”

난 아까 송장이 벌떡 일어나는 바람에 정말 간이 떨어질 뻔했어. 아무튼 다시는 그런 장난 하지 말게.”

자네가 그만한 일에 기절할 사람이라면, 나는 자네를 친구로 삼지 않았을 걸세.”

그래도 갑자기 당하는 일이라 놀랐어.”

자네는 놀라기만 했지만, 나는 뺨을 되게 맞았으니 장사치고는 밑지는 장사였지.”

그런 장사는 언제나 밑지는 법이야. 송장 옆에 누워 있는 자네의 뱃심도 어지간하던데.”

그야 아무도 오지 않는다면 무서울지 모르지만, 자네가 올 것이고, 오면 장난을 한다고 생각하니, 그 생각에만 정신이 팔려 무서운 줄도 모르겠던데.”

자네는 나를 기다렸지만, 난 암만 기다려도 자네가 오지 않아 갑자기 무슨 급한 일이 생겨 못 오는 줄 알았지.”

아무리 급하기로서니 친구 일보다 더 급한 일이 있겠나?”

아무렴. 그래야 내 친구지.”

하하하…….”

 

이 날 밤, 그들은 한껏 즐기며 이야기꽃을 피우느라, 밤이 깊어 가는 줄도 몰랐습니다.

 

 

선조 25년에 한음은 예조 참판이 되고, 오성은 형조 판서가 되었습니다.

 

자네 안색이 좋지 않네. 무슨 걱정이라도 있는가.”

대신들이 서로 동인 서인으로 갈라서 헐뜯고 있는데 이 무슨 한심한 일인가.”

그렇게나 말일세. 휴우……. 나라가 어찌될 운명이란 말인고.”

 

그 해 봄인 1592, 임진왜란이 일어났습니다.

 

왜군들은 무려 27천명이나 되었으며 조총이라는 신식 무기도 가지고 있었습니다.

 

우리나라는 그 때까지 활과 화살, 또는 칼이나 창 따위를 쓰고 있었습니다.

 

전쟁이 일어 난지 이틀이 지나자, 부산이 왜군에게 넘어갔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왜군들이 서울 가까이까지 쳐들어왔습니다.

 

전하, 왜군이 지척에 이르렀다 하옵니다. 어서 피하소서.”

 

백성들도 피난을 떠나야 했습니다. 곳곳에서는 백성들의 탄식이 들려왔습니다.

 

전하!! 전하!”

 

선조 임금은 개성에 묵었다가 다시 의주로 향하였습니다.

 

온 나라가 왜군들의 발길에 짓밟히고 백성들은 고통 속에서 죽음을 당하였습니다.

 

우리나라의 앞날은 마치 바람 앞의 등잔불처럼 위태로웠습니다.

 

그 때 전라도 지방으로부터 기쁜 소식이 전해져 왔습니다.

 

전라도 좌수사 이순신 장군이 거북선을 이끌고 왜군을 물리쳤다는 소식이었습니다.

 

그리고 이어서 광주 목사 권율 장군으로부터 승리의 보고가 올라왔습니다.

 

급박한 상황에 치닫자, 선조는 대신들에게 말하였습니다.

 

명나라에 구원병을 요청해야겠소. 누가 명나라에 다녀오겠는가?”

 

신하들은 한음 이덕형을 추천하였습니다.

 

이덕형은 말솜씨가 좋고, 외교수환이 훌륭하니 그를 보내심이 옳은 줄 아룁니다.”

으흠, 그리 하도록 하겠네.”

 

 

한음 이덕형은 중국 명나라에 구원병을 청하러 갔습니다.

 

처음 명나라에서는 선뜻 우리나라를 도와주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한음은 명나라가 지금 우리나라를 도와서 왜를 물리치지 않으면 훗날 큰 화를 입게 될 것이라고 말하였습니다.

 

그러자 명나라에서는 마치 못해 겨우 3천 명의 군사를 보내주었습니다.

 

오성은 3천 명의 군사들을 이끌고 온 명나라 장수의 행동을 보며 분명히 패할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과연 이들은 평양에서 왜군과 싸워 무참히 참패를 당하였습니다.

 

그러자 이번에는 이여송이라는 장군에게 군사 4만 명을 주어 왜군을 무찌르도록 하였습니다.

 

오성이 특사로 이여송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이여송은 압록강 언덕에서 오성을 만났습니다.

 

이 때 이여송은 우리나라를 마음속으로 업신여기고 있었습니다.

 

, 으흠…….”

 

이여송은 손을 내밀었습니다.

 

하지만 대신들은 이여송이 손을 내민 까닭을 알지 못했습니다.

 

……. 뭐지? 공물이라도 내놓으라는 건가?’

 

하지만 오성은 그러한 이여송의 뜻을 단박에 알아채고는 말했습니다.

 

장군, 먼 길을 오시느라 수고가 많으셨습니다.

 

지금 왜군은 평양에 있는데, 이 지도는 평안도 지방을 자세히 그린 것이니 싸움하시는 데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이여송은 가슴이 뜨끔하였습니다.

 

사실 이여송은 대 명나라의 장수이고, 또 우리나라를 구하러 왔다는 생각에만 오만한 마음을 품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오성이 그러한 마음을 미리 알고 지도를 선뜻 내주었으니 이여송은 가슴이 뜨끔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아니! 조선에도 이러한 명신이 있단 말인가.’

 

이렇게 생각한 이여송은 대답하였습니다.

 

, 고맙소이다. 이처럼 맞아 주시고 군사에 필요한 지도까지 갖추어 주시다니…….”

 

이 때 오성은 이여송의 군사들이 잘 훈련된 것을 보고 이번에는 반드시 이길 것이라고 생각하였습니다.

 

과연 오성의 생각대로 이여송의 군대는 왜군을 크게 물리쳤습니다.

 

그리하여 평양을 되찾게 되었고, 이어 10월에는 서울로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명나라의 군사들은 우리나라의 군사들과 힘을 합하여 계속 왜군을 쳐부수었습니다.

 

나라에서는 오성과 한음에게 나라를 위하여 큰 공을 세웠다고 하여 상을 내렸습니다.

 

그 때 오성 이항복에게는 오성 부원군이라는 호가 내려졌고, 한음 이덕형에게는 문익공이라는 호가 내려졌습니다.

 

선조 임금이 오성에게 높은 벼슬을 내렸을 때 오성은 한사코 받지 않았습니다.

 

한음은 영의정에 올랐습니다.

 

 

오랜 친구 이덕형의 임종이 이르렀습니다.

 

내가 죽으면 아무도 내 몸에 손대지 마라. 오성 대감이 오셔서 내 시체를 볼 것이다.”

흑흑……. 아버님…….”

어지러운 세상……. 앞으로 나라는 어떻게 될 것인가…….”

아버님!!!! 아버님!!!!!”

 

161353세의 나이로 이덕형은 세상을 떠났습니다. 이덕형의 임종을 보지 못한 이항복은 슬퍼하였습니다.

 

! 내가 좀 늦었구나 ……. 이사람. 나도 곧 뒤따라감세.”

 

조정은 점점 어지러워지고 있었습니다.

 

광해군이 즉위했으나 간신들의 모략을 이겨낼 수 없었습니다.

 

간신들의 모략에 이항복은 귀향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 난세를 바로잡지 못하고 떠나는 구나. 미리 가서 기다리고 있을 덕형을 내 무슨 낯으로 대할꼬.”

 

161853063세의 나이로 귀양지 북청에서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러나 재치와 익살, 용기로 가득했던 그들의 일생은 오늘날까지도 생생히 전해지고 있습니다.

 

오성과 한음에 대해

오성 [(이항복) 1566 : 명종 11~1618 : 광해군 10]

조선 중기의 문신, 참찬 이몽량의 아들이다.

 

1580(선조 13)에 문과에 급제하여 검열, 이조정랑, 도승지 등의 요직을 두루 거쳤다.

 

1592년에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도승지로서 의주까지 줄곧 선조를 수행하여 신임을 얻었다.

 

이덕형과 함께 명에 원군을 요청하는 임무를 맡았다.

 

이후 병조판서 등을 지내면서 명군을 접대하고 군량을 조달하는 데 기여했으며, 그 공으로 호종 1등공신에 책봉되었다.

 

광해군 즉위 후 북인들이 정권을 장악한 상황에서도 조정의 원로이자 국방의 전문가로 인정받아 서북지방의 방어 대책을 강구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원익 등과 함께 영창 대군의 살해를 적극 반대했고, 1618(광해군 10)에는 인목 대비 폐모 논의에 결사반대하다가 결국 북청으로 유배되어 그 곳에서 죽었다.

 

오성 부원군에 봉해졌기 때문에 오성대감으로 널리 알려졌고, 어려서부터 이덕형과 죽마고우로 지내 그에 얽힌 설화가 많다.

 

죽은 뒤 북청의 노덕서원에 모셔졌다. 자는 자상, 호는 백사, 본관은 경주이다.

 

 

한음 [(이덕형) 1561: 명종 16~1613 : 광해군 5]

조선 중기의 문신, 지충추부사 이민성의 아들이며, 영의정 이산해의 사위이다.

 

어려서 신동으로 이름을 날렸다.

 

1580(선조 13)에 문과에 급제한 뒤, 이조정랑 등의 요직을 거쳐 1591년에 대제학에 올랐다.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선조를 모시면서 전쟁 수행과 민심 수습에 크게 기여했다.

 

이후 명의 장수 이여송을 수행하면서 군량 조달과 보급에 힘썼다.

 

왜란이 끝날 때까지 군사상의 주요 임무를 맡아 국가 운영에 중추적 역할을 했고, 그 공으로 1602년에 영의정에 올랐다.

 

광해군 즉위 후에 다시 영의정이 되어 유희분, 이이첨 등 북인들을 견제하여 정치 안정을 꾀했고, 호패법을 실시하고 군적을 재정비하는 등 복구 대책을 마련하는 데 힘썼다.

 

1610(광해군 2)에 일본과 무역을 재개하자고 과감히 주장했다.

 

또 전쟁으로 피폐해진 민생과 국가 경제를 재건하려면 농업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상업과 무역을 활성화하고 화폐 유통도 활발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광해군에게 직언을 서슴지 않았고, 1613년에 이이첨 등이 왕권 강화라는 명분 아래 영창 대군을 죽이려 하자 극력 반대했다.

 

인목 대비를 보호하려 애쓰다가 미움을 사서 사직한 뒤에 병으로 죽었다.

 

어려서부터 이항복과 죽마고우로 지내 그에 얽힌 일화가 많다. 자는 명보, 호는 한음, 본관은 명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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